THE SIMS 심즈 2 확장팩 소개 (못말리는 캠퍼스, 화려한 외출)
심즈2 확장팩은 총 8개인데, 첫 번째 확장팩인 못말리는 캠퍼스(2005년 3월 1일 발매)는 그 중에서도 유독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저도 처음엔 "대학 생활이면 꽤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직접 플레이해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두 번째 확장팩 화려한 외출(2005년 9월 16일 발매)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못말리는 캠퍼스, 대학 생활이라더니
일반적으로 대학 생활을 배경으로 한 확장팩이라고 하면 MT, 미팅, 스포츠 행사 같은 것들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런 기대를 가지고 설치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그런 이벤트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기숙사에 틀어박혀 과제 게이지(학업 성취도를 채우는 막대 수치)를 올리거나, 대학 교수와 친해지는 것 외에는 딱히 할 게 없습니다.
학업 성취도(Academic Performance)란 심이 한 학기를 무사히 진급하기 위해 채워야 하는 지표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 게이지를 채우는 방식이 지극히 단조롭다는 점입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과제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교수에게 말을 거는 게 전부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심즈라는 게임이 가진 자유도를 생각하면 너무 폐쇄적인 구성입니다.
시간도 문제입니다. 대학 생활은 실제 플레이 시간도 상당히 길게 소모되는 편인데, 그에 비해 얻는 것이 체감상 크지 않습니다. 못말리는 캠퍼스에서 추가된 직업군에 해당하는 보상물, 예를 들어 자연과학자 직업군의 보상물인 라가나필리스 심노보리(Laganaphyllis Simnovorii, 심을 잡아먹는 식인 식물)라든가 초자연 직업군 보상물인 부활 노미트론(Resurrect-O-Nomitron, 죽은 심을 다시 살려내는 전화기) 같은 아이템들은 매력적이지만, 그걸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플레이 시간을 생각하면 선뜻 추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참고로 이 두 보상물을 모두 확보해 두면 심을 사실상 무한히 소생시키는 루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라가나필리스 심노보리로 심을 제거하고 부활 노미트론으로 되살리기를 반복하면 불로장생에 가까운 상태를 만들 수 있는 거죠.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조합은 확실히 흥미롭습니다. 문제는 그 끔찍한 대학 과정을 통과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비밀 단체, 유일하게 재미있었던 요소
못말리는 캠퍼스에서 유일하게 제가 흥미롭다고 느꼈던 부분은 바로 비밀 단체(Secret Society) 시스템입니다. 비밀 단체란 대학 부지 내 특수 세력으로, 가입하면 일반적으로는 특정 직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직업 보상물 아이템들을 단체 전용 부지에서 자유롭게 사용해 볼 수 있는 조직을 말합니다. 학교 성적을 조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가입 방법은 단순하면서도 은근히 공을 들여야 합니다. 대학 공동부지(Community Lot)로 나가서 가슴팍에 당나귀 마크가 그려진 정장 차림의 심 세 명을 친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공동부지란 여러 심들이 함께 방문할 수 있는 공공 장소를 말합니다. 조건을 충족하면 그날 밤 23시에 숙소로 리무진이 조용히 찾아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리무진이 도착하는 순간 심이 모든 명령을 무시하고 일시 정지 상태처럼 굳어버리는데, 이게 처음 보면 오류처럼 보입니다. 저도 처음에 당황해서 force error로 심을 리셋할 뻔했습니다. 만능치트를 사용 중이라면 특히 이 상황에서 절대 리셋하지 마십시오. 리무진 탑승 이벤트가 진행 중인 것이니 그냥 기다리면 됩니다.
비밀 단체 가입이 못말리는 캠퍼스에서 제가 유일하게 "이건 해볼 만하다"고 느낀 콘텐츠입니다. 하지만 역시 이것도 대학 생활이라는 긴 전제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체 확장팩에 대한 평가를 바꾸기엔 역부족입니다.
화려한 외출, 자동차가 생각보다 훨씬 쓸모 있습니다
화려한 외출은 심즈 2 추천 확장팩으로 자주 꼽히는데, 저도 이 평가에 동의합니다. 다운타운(Downtown)이라는 새로운 동네가 추가되는 것이 핵심인데, 다운타운이란 나이트클럽, 레스토랑 등 유흥 시설이 밀집한 공동 구역으로 심들이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거주도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화려한 외출을 소개할 때 뱀파이어나 나이트클럽 콘텐츠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경험상 실질적으로 가장 유용한 것은 자동차(Automobile) 시스템입니다. 자동차란 심이 직접 운전해서 공동부지로 이동하거나 출퇴근, 등하교에 활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을 말합니다. 청소년 이상이면 운전이 가능하고, 부모 심이 어린이 심을 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것도 됩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닙니다. 자동차에 타고 있는 동안 에너지, 편안함, 재미 수치가 조금씩 오릅니다. 택시나 통근차량을 이용할 때와 비교하면 체감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심이 차에 타고 내리는 애니메이션, 차고나 주차장에 주차하는 모션이 구현되어 있는 게 심즈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심즈 2가 유일합니다. 심즈 1과 심즈 3은 차량 내부로 순간이동하는 방식이고, 심즈 4는 아예 자가용이 삭제되었습니다. 이 디테일 하나만으로도 화려한 외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뱀파이어(Vampire) 콘텐츠도 꽤 독특합니다. 뱀파이어란 다른 뱀파이어 심에게 물려 감염되는 특수 상태의 심으로, 낮에는 활동이 불가능하지만 밤에는 욕구 수치가 내려가지 않는 특성을 가집니다. 창문이 없는 방 안에 있으면 낮에도 욕구 감소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관 안에서 자야만 에너지가 정상적으로 회복됩니다. 뱀파이어 상태를 해제하려면 전용 약을 구매하면 됩니다. 죽을 때도 일반 심과 달리 그 자리에서 재가 되어버리는 연출이 있는데, 다른 심에게 그 재를 쓸어버리게 할 수 있다는 점이 꽤 섬뜩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두 확장팩, 어느 쪽을 먼저 설치해야 할까
확장팩 설치 순서에 대해서 "정해진 순서대로 설치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설치 순서에 제약이 없습니다. 다만 실행은 반드시 설치된 확장팩 중 가장 최신 것으로 해야 합니다. 심즈 2의 공식 발매 순서는 못말리는 캠퍼스 → 화려한 외출 → 나도 사장님 → 펫츠 → 사계절 이야기 → 여행을 떠나요 → 자유 시간 → 알콩달콩 아파트 순입니다. 확장팩을 설치할수록 시작 로딩 화면 음악이 가장 최신 팩의 것으로 바뀌는데, 전부 설치하면 알콩달콩 아파트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두 확장팩을 비교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못말리는 캠퍼스: 대학 진학 및 졸업 시스템, 4개 신규 직업군과 보상물 아이템(라가나필리스 심노보리, 부활 노미트론), 비밀 단체 콘텐츠 추가. 단, 플레이 시간 대비 체감 만족도가 낮은 편.
화려한 외출: 다운타운 추가, 자동차 시스템(출퇴근·주차 애니메이션 포함), 뱀파이어 콘텐츠, 나이트클럽 및 핫터브 등 밤 문화 콘텐츠 추가. 심즈 2 추천 확장팩으로 꼽힐 만한 이유가 충분함.
더 나은 대학 생활 시뮬레이션을 원한다면, 심즈 3의 확장팩인 콩닥콩닥 캠퍼스 라이프 쪽이 훨씬 완성도가 높습니다. 심즈 2의 못말리는 캠퍼스가 아쉬운 이유 중 하나는 당시 EA가 대학 생활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방향을 잘 잡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