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MS 심즈 2 리뷰 (최적화, 컷신, 야망 시스템)
심즈 2는 2004년 출시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팬들이 모드를 만들고 UCC를 올리는 게임입니다. 저도 처음엔 "이제 그래픽도 구식이고 심즈 4가 있는데 굳이?" 싶었는데, 막상 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금 심즈 2를 처음 접하거나 다시 꺼내보려는 분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건 쾌적하지 않은 실행 환경입니다. 이 문제부터 짚어드리겠습니다.
심즈 2 최적화: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확장팩을 서너 개만 깔아도 코어 2 듀오 급 중상위 사양 컴퓨터가 버벅거리기 시작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큰 집 하나 짓고 가족 두세 명 굴리는 수준인데도 화면이 멈추는 현상이 수시로 발생했습니다. 처음엔 제 컴퓨터 문제인 줄 알고 한참을 뜯어봤습니다.
알고 보니 원인은 게임 구조 자체에 있었습니다. 심즈 2는 하드 스왑(Hard Swap)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합니다. 하드 스왑이란 게임이 실행 중에 필요한 데이터를 메모리에 올려두는 게 아니라, 하드디스크에서 그때그때 불러오는 방식을 뜻합니다. 문제는 하드디스크가 현재 컴퓨터 구성 요소 가운데 가장 느린 저장 장치라는 점입니다. 사용자 제작 아이템(UCC)을 수십 개씩 깔아놓으면 상황이 더 심각해집니다. 불러와야 할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랙은 기하급수적으로 길어집니다.
여기에 그래픽 카드 호환 문제도 있습니다. 마지막 확장팩이 2008년에 출시되다 보니, 그 이후에 나온 그래픽 카드는 게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이 안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게임이 자동으로 해상도를 800×600에 최저 그래픽 설정으로 고정해버립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분명히 멀쩡한 그래픽 카드를 쓰고 있는데 화면이 뭉개지니 처음에는 영문을 몰랐습니다. 해결 방법은 별도의 그래픽 설정 파일 편집 툴(Graphics Rules Maker)을 이용해서 현재 사용 중인 그래픽 카드 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것입니다. 이 작업 하나만으로 게임 화질이 몰라보게 달라집니다.
실행 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제가 실제로 확인한 핵심 체크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HDD 대신 SSD에 게임을 설치한다. 하드 스왑 방식인 만큼 저장 장치 속도가 체감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Graphics Rules Maker로 그래픽 카드 정보를 수동 등록한다. 2008년 이후 출시 카드는 필수 작업입니다.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파일은 주기적으로 정리한다. 안 쓰는 파일이 쌓일수록 로딩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집니다.
확장팩은 필요한 것만 선택적으로 설치한다. 전부 깔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양과 안정성을 먼저 챙기는 게 맞습니다.
이 네 가지를 먼저 잡아놓고 시작하면 그나마 안정적인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완벽한 최적화는 어렵지만, 최소한 랙으로 게임을 포기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습니다.
심즈 2만의 컷신, 왜 20년 지나도 회자될까
심즈 2가 이후 시리즈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기능을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컷신(Cutscene)을 꼽겠습니다. 컷신이란 게임 플레이 도중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자동으로 재생되는 영상 연출을 뜻합니다. 첫 키스, 결혼식, 대학 졸업, 이사, 첫 사랑나누기처럼 심의 인생에서 의미 있는 순간이 오면 화면 비율이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 형태로 바뀝니다. 시네마스코프란 상하에 검은 레터박스가 생기며 와이드 스크린 비율로 전환되는 영화적 연출 방식을 말합니다. 그 상태에서 고정된 카메라 앵글 안에서 심들이 연기를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감각입니다. 심즈 3이나 4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는 그냥 두 캐릭터가 맞잡은 손 위로 꽃잎이 흩날리는 이펙트가 뜨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심즈 2에서는 화면이 바뀌는 순간 제가 직접 연출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심들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납니다. 이 컷신 기능은 심즈 3 출시 이후로 완전히 사라졌고, 이후 어떤 시리즈에서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측면에서도 심즈 2는 독보적입니다. 스토리텔링이란 게임 내에서 서사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기본 제공 마을인 플레전트뷰(Pleasantview)에는 처음 접속하는 순간부터 관계가 꼬이고 비밀이 얽힌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냥 시작하면 드라마 한 편이 알아서 굴러갑니다. 이 점은 빈 캔버스처럼 시작하는 심즈 4와는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게임이 먼저 이야기의 뼈대를 쥐어주고, 플레이어가 그걸 이어받아 자기 방식으로 전개하는 구조입니다.
당시 국내외에서 심즈 2의 스크린샷으로 연속 만화를 만들거나 영상을 편집해 올리는 문화가 활발했던 것도 이 컷신과 연출력 덕분이었습니다.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게임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플랫폼으로 기능했던 셈입니다.
야망 시스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게임이 달라진다
심즈 2를 처음 시작하면 캐릭터를 만들 때 야망(Aspiration)을 선택하라는 화면이 나옵니다. 야망이란 심의 삶의 목적이자 플레이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시스템입니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선택할 수 있는 야망은 가족, 로맨스, 인기, 지식, 재산의 다섯 가지이며, 확장팩 '화려한 외출'을 설치하면 즐기기 야망이 추가됩니다.
처음 이 시스템을 접했을 때 저는 그냥 취향대로 고르면 되는 옵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굴려보니 야망이 플레이 스타일 전체를 바꿉니다. 재산 야망을 가진 심은 돈과 관련된 목표를 달성할 때 야망 포인트(Aspiration Points)를 쌓습니다. 야망 포인트란 야망 관련 목표를 이행할 때마다 누적되는 포인트로, 이걸 모아 야망 보상물이라는 특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야망 보상물 중 가장 실용적인 것은 '똑똑이 우유'입니다. 유아에게 먹이고 용변 훈련을 시키면 두 번 안에 가릴 수 있게 되는데, 이게 없으면 유아 관리가 꽤 고달파집니다.
별자리(Zodiac Sign) 시스템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별자리란 캐릭터 생성 시 설정하는 성향 지표로, 심들 간의 궁합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처녀자리와 양자리처럼 상성이 맞지 않는 조합은 아무리 대화를 시켜도 친밀도가 잘 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게 은근히 무시 못 할 요소입니다. 원하는 커플을 만들려는데 별자리가 안 맞으면 정말 답답합니다.
연령대 시스템도 심즈 2에서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심즈 1에서는 아기가 바로 어린이가 되었지만, 심즈 2에서는 신생아(Baby)와 유아(Toddler)로 나뉩니다. 유아(Toddler)란 걸음마를 배우는 시기의 아이를 지칭하는 영어 단어로, 한국어에 정확히 대응하는 단어가 없어 그냥 '유아'로 번역되었습니다. 여기에 청소년과 노인 연령대가 추가되어 총 여섯 단계로 구성됩니다. 확장팩 '못말리는 캠퍼스'를 설치하면 청소년과 성인 사이에 대학생이 끼어드는데, 이 대학생 연령대는 일반적인 나이 먹기 시스템과 달리 어떤 방법을 써도 시간 정지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이 부분을 모르면 대학 생활 도중에 당황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결국 심즈 2를 즐기는 데 가장 큰 장벽은 그래픽이나 콘텐츠가 아니라 실행 환경입니다. 최적화 세팅을 먼저 잡고 나면 나머지는 오히려 심즈 4보다 풍부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