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MS 심즈1 리뷰 (확장팩, 게임성, 시스템)

 


어렸을 때 집에 CD가 한 장씩 쌓여갈 때마다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심즈1, 정확한 이름은 더 심즈(The Sims)는 2000년 Maxis가 제작하고 EA가 유통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당시 국내외를 막론하고 "내가 직접 만드는 시트콤"이라는 세일즈 포인트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투박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래픽이지만, 제가 처음 이 게임을 접했을 때의 감각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확장팩: CD를 쌓아놓고 하던 그 시절


심즈1의 확장팩(Expansion Pack)이란 기본 게임에 새로운 콘텐츠와 시스템을 추가해 판매하는 독립 패키지를 뜻합니다. 지금이야 DLC(다운로드 콘텐츠)라는 개념이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전부 CD로 유통되었습니다. 


심즈1의 확장팩은 기본팩 포함 총 8개로, 발매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더 심즈 (기본 오리지널)

별난 세상

신나는 파티

두근두근 데이트

지금은 휴가중

멍멍이와 야옹이

슈퍼스타

수리수리마수리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확장팩은 반드시 이 발매 순서대로 설치해야 했습니다. 각 확장팩 설치 과정에 실행 파일과 기본 아이템의 패치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순서가 틀리면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설치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저도 한 번 순서를 잘못 건드렸다가 몇 시간을 날린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초기 확장팩인 별난 세상과 신나는 파티는 이후 확장팩을 새로 설치할 때마다 CD를 다시 삽입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당시 친구들끼리 심즈 확장팩 CD를 돌려쓰는 일이 흔했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십수 장의 CD를 책상 위에 쌓아놓고 순서대로 넣다 빼다 하던 그 감촉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불편하긴 했지만 CD 한 장 한 장을 모으는 재미가 분명 있었고, 새 확장팩을 깔고 나서 아이템이 늘어난 구입 모드 화면을 처음 봤을 때의 그 심장 두근거림은 요즘 게임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렵습니다.

확장팩 평가를 놓고 보면 신나는 파티와 지금은 휴가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고, 나머지는 대체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제 기억에도 신나는 파티는 게임 자체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반면 멍멍이와 야옹이, 슈퍼스타처럼 전혀 새로운 생활 방식을 열어주는 확장팩들은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게임성: 인형놀이인가, 시뮬레이션인가


심즈1은 쿼터뷰(Quarter View)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쿼터뷰란 위에서 45도 각도로 내려다보는 시점을 말하는데, 캐릭터는 3D로, 세계는 2D처럼 표현되는 방식입니다. 이 구성 덕분에 실내 구조와 캐릭터의 행동을 한눈에 파악하기 쉬웠고, 마우스와 스페이스 바 정도만 익히면 조작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당시엔 이런 캐주얼 시뮬레이션 게임이 거의 없었습니다. 시장 주류는 전략 시뮬레이션, 핵앤슬래쉬 액션, RPG 장르였고, 심즈는 출시 당시 명백히 여성향 게임으로 분류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제로 인형놀이를 기반으로 한 게임인 만큼 그 성격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거대한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주 타깃층이 희미해진 편입니다.

게임의 재미 요소를 분석해보면, 심즈1의 핵심 메커니즘(Game Mechanism)은 욕구 지표(Motive)와 기술 수치(Skill) 관리에 집중됩니다. 욕구 지표란 허기, 수면, 위생, 사교, 오락 등 심의 생존과 행복을 결정하는 수치들을 말하고, 기술 수치는 요리, 청소, 카리스마 등 직업과 생활 능력에 영향을 주는 수치를 의미합니다. 심을 여럿 플레이할 경우 이 수치들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 생각보다 제법 까다롭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소꿉장난처럼 보여도, 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 가구 배치를 최적화하고 직업 승진 조건을 맞추다 보면 꽤 전략적인 판단이 요구됩니다. 영문판 기본 폰트가 큼직한 Comic Sans였을 정도로 가볍게 보일 수 있는 게임이었지만, 100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이 동봉되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게임의 깊이를 어느 정도 반증합니다. 심즈1의 게임 시스템이 단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곧 얕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심즈1의 게임성이 알려진 것과 좀 다르다고 느끼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흔히 "막장 난이도"라는 표현을 쓰는 분들도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실제로는 후속작들에 비해 시스템이 단순하고 진입 장벽도 낮습니다. 다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빠른 권태를 불러왔고, 그 결과로 심을 죽이는 방법을 연구하거나 소위 '변태 플레이'라 불리는 온갖 해괴한 상황을 만들며 즐기는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이건 게임이 나빠서가 아니라, 창의적인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재미를 확장한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스템: 수리수리마수리가 바꾼 것들


심즈1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주목할 만한 시스템 변화는 마지막 확장팩인 수리수리마수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바로 카테고리식 상호작용 시스템(Category-based Interaction System)의 도입입니다. 이전까지는 다른 심이나 오브젝트(Object, 게임 내 상호작용 가능한 가구나 아이템)를 클릭하면 가능한 모든 상호작용이 한꺼번에 화면에 쏟아졌습니다. 확장팩이 쌓일수록 상호작용 목록이 길어져 원하는 행동을 찾는 것 자체가 번거로웠습니다.

수리수리마수리부터는 비슷한 성격의 상호작용이 '...' 형태로 묶이고, 이를 누르면 하위 항목이 펼쳐지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UI/UX(User Interface/User Experience) 개선이라고 할 수 있는데, UI란 버튼이나 메뉴처럼 사용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누르는 화면 요소를 말하고, UX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편의성과 흐름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심즈 시리즈 전체의 인터페이스 방향성을 결정한 분기점이었습니다.

구입 모드와 건축 모드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큰 카테고리만 존재했는데, 수리수리마수리부터 카테고리를 더 세분화해 아이템 검색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을 때 이 차이가 꽤 크게 느껴졌습니다. 이전 확장팩들에서는 원하는 벽지나 가구를 찾으려면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했는데, 수리수리마수리 이후에는 그 피로감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이 카테고리식 인터페이스는 이후 심즈2, 심즈3, 심즈4에도 그대로 이어졌고, 현재까지 심즈 시리즈의 표준 조작 체계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게임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심즈1이 인생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 자체를 규정했다면, 수리수리마수리는 그 장르의 인터페이스 문법을 정착시킨 확장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즈 시리즈는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운영 중인 프랜차이즈입니다.

참고로 심즈1의 인트로 영상은 베타 당시 제작된 것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인 게임 아이템의 모양과 플럼밥(심의 머리 위에 표시되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상태 표시 아이콘)의 디자인이 실제 출시 버전과 미묘하게 다른데, 이 인트로 영상은 후기 확장팩부터 자동 스킵되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됩니다. 알고 보면 작은 부분이지만, 심즈1을 오래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저처럼 한 번쯤 눈치챘을 디테일입니다.